
브릿지저널 김경미 기자 | 상류 수질개선 위주의 정책에 밀려 각종 오염물질 유입과 홍수 위험에 노출된 한강하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별도의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한강하구관리법 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법적·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한강하구의 관리 체계 부재 문제를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입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선 최혜자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사무처장은 “한강하구는 상류 수질개선 위주의 정책 탓에 생태환경 파괴와 수산업 피해, 임진강을 통한 홍수 위험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처장은 “그동안 국가 정책에서 철저히 소외된 하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강하구관리법’ 제정을 통해 명확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하구의 가치 변화에 주목하며 구체적인 법적 대안을 제시했다.
김충기 한국환경연구원 하구해양환경연구단장은 “한강하구는 블루카본 서비스, 생물다양성 보전 등 미래세대를 위한 필수 자산으로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며 “기후위기 적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뤄내기 위해 ‘하구복원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창희 명지대 스마트인프라공학부 교수는 ‘한강하구관리법’의 핵심 입법 과제로 ▲국무총리실 조정 기능을 포함한 통합 거버넌스 구축 ▲접경지역 특성을 반영한 남북협력 규정 ▲하구관리센터 설립 및 국비 지원 근거 마련 등을 꼽으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어진 지정 토론에서는 학계와 시민단체, 정부 부처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법안의 디테일을 강조했다. 송미영 동국대 객원교수는 “법령 제정 시 만들어질 (가칭)한강하구위원회와 하천하구 문제를 총괄하는 국가위원회 간의 위상을 어떻게 정립해야 할 것인지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호식 환경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은 “한강의 남북접경 특수성을 반영해 법상 관리주체에 통일부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수 한강유역네트워크 상임대표 역시 “법 제정 시 한강 상류 사업을 포괄한 오염원 관리체계 등도 같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자체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절박했다. 손여순 인천시 수질하천과장은 “현재 한강하구는 수질이 5등급 수준으로 악화돼 끈벌레가 속출하고, 합성머스크와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인천 연안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열린 하구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 법안 대신 별도의 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정부 부처 관계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경록 기후에너지환경부 수질수생태과장은 “오늘 논의를 통해 한강하구 관리를 위한 별도 기준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한다”며 “제도화 과정에 기후에너지환경부도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소형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과 서기관 또한 “오늘 논의로 ‘하구복원특별법’과 ‘한강하구관리법’ 간의 내용 차이를 이해했고, 내부적으로 유관 부서와 원활히 협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의원들은 입법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박찬대 의원(국회 정무위·인천연수갑)은 “한강하구는 우리 삶의 강이자 역사적 공간이며, 수도권 경제와 직결된 중요한 지역임에도 법·제도 부재로 그간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며 “‘한강하구관리법’ 제정은 관리체계를 다지는 첫 번째 걸음이며, 오늘 논의가 실효성 있는 법안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용우 의원(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인천서구을)은 “쓰레기 유입·생태보전·주민 이해 문제 등 현행 제도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과제가 많다”며 “독자적 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며, 오늘 논의를 국회에서 충실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종식 의원(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인천동구미추홀구갑)은 “한강에서 내려오는 쓰레기는 대부분 인천 앞바다로 흘러가고 있으며, 실제 현장은 ‘물 반, 쓰레기 반’ 수준”이라며 “한강하구 문제의 근본 원인은 관리주체의 부재에 있는 만큼, 정부부처·지자체 간 역할을 명확히 조정하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