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저널 정보영 기자 |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4·3연구소가 주관하는 제20회 제주포럼 4·3세션 ‘과거에 연루되기: 재현·책임·윤리’가 5월 28일 오후 1시 30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한라홀에서 열렸다.
제주4·3연구소 김정기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지금은 ‘4·3기억의 보존’과 ‘후세대 전승·교육’을 위해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오늘 이 자리가 그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환영사를 맡은 김애숙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는 “제주4·3은 공동체가 함께 견뎌낸 아픔의 역사인 동시에, 진실을 밝히고 화해를 이루기 위한 끈질긴 노력의 과정이기도 했다”며, 이번 4·3세션이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미래 세대에게 전하고, 어떤 책임과 윤리로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자리가 되어줄 것이다“고 밝혔다.
제주4·3연구소는 국가폭력 체험 1세대가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과거사를 미래 세대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를 올해의 핵심 과제로 삼고, 그 일환으로 이번 세션을 준비했다.
특히 예술작품, 그 중에서도 현대 세대에게 영향력이 큰 영상매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발표자를 섭외하는 데 공을 들였고, 2024년작 다큐멘터리 '사령관의 그림자'의 감독 다니엘라 푈커를 초청하게 됐다.
다니엘라 푈커 감독은 발표에서 피해자의 서사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서사도 함께 다루었다.
가해자 측에도 고통과 트라우마가 존재하며, 이는 법적인 책임을 넘어 공동체 전체가 국가폭력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역사학의 재현 문제에 대해서 전진성 교수는 역사에서의 재현은 예쁘장하거나 숭고한 심미성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끊임없이 불편하고 성가시게 만들며 기억을 현재화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김헌준 교수는 정치학자로서 한국의 진실화해위원회의 효과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진상조사위원회의 긍정적 효과로서 진실의 발굴을 통한 새로운 집단기억의 형성과 과거로부터의 교훈 얻기, 교육과 문화 영역에 미치는 인권 의식의 향상을 꼽았다.
다만 새로운 집단기억을 거부하고 흐름을 되돌리려는 반동적 흐름이라는 위원회의 역효과 역시 함께 다루었다.
발표가 끝나고 토론 시간에 다니엘라 푈커 감독은 포크너의 “과거는 아직 죽지 않았다. 심지어 아직 지나가지도 않았다.”는 말을 언급하며 현재시점에서 과거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200여명의 청중이 참여하여 세션 현장에 그 활기를 더했다.
특히 세인트존스베리 아카데미 제주 학생들이 단체로 참가하여, 세대전승이라는 세션 본연의 의미를 더했다.
제주4·3연구소는 이번 제주포럼과 연계하여,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다니엘라 푈커 감독의 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상영회는 CGV제주 5관에서 5월 29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되며 상영이 끝난 뒤 다니엘라 푈커 감독이 직접 참석하는 GV가 진행된다.
임흥순 감독, 오동진 평론가, 최호근 고려대학교 교수, 고지예 4·3연구소 연구원이 패널로 참여한다.
김효정 영화평론가가 다니엘라 푈커 감독의 통역을 맡는다.
신청은 제주4·3연구소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